'26 8 1
바늘 그리고 국경
tta 조회 15
본문
Story of Threads — 바늘 이야기
태국 북부, 미얀마 국경의 장터에서
새벽 여섯 시, 북쪽으로
치앙마이를 벗어나자 아스팔트가 끝나고 붉은 흙길이 시작됐다. 가이드는 조수석 창을 반쯤 내린 채 "이 계절엔 오전에 도착해야 물건이 남아 있다"고 했다. 국경 쪽 장터는 아침에 열리고, 좋은 것은 정오 전에 사라진다.
산을 두 개 넘는 동안 마을이 세 번 나타났다 사라졌고, 그때마다 발코니에 앉아 허리에 띠를 감고 베를 짜는 사람이 한 명씩 있었다. 허리 직기(backstrap loom)라고 부르는 도구다. 나무 막대 몇 개와 끈, 그리고 짜는 사람의 허리. 기계라기보다 신체가 연장된 몸의 일부라고 말하는게 가까울정도, 장력을 몸으로 잡기 때문에 같은 사람이 같은 실로 짜도 아침에 짠 부분과 저녁에 짠 부분이 미묘하게 다르다. 우리가 나중에 손에 든 원단의 결이 균일하지 않은 이유를, 그 발코니에서 먼저 봤다.

장터에서
국경 장터는 시장이라기보다 임시로 생긴 마을 같았다. 천막 아래 원단이 무릎 높이로 쌓여 있고, 상인들은 앉은 채 손으로 더미를 툭툭 쳐서 보여준다. 카렌, 몽, 아카, 그리고 국경을 넘어온 나가족의 자수까지 한자리에 섞여 있었다. 가이드가 상인과 한참 이야기하다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건 태국에서 짠 것, 이건 저쪽에서 온 것."
그 '저쪽'이라는 말이 이날 하루의 중심이었다.
국경이라는 말의 무게
카렌은 본래 미얀마에서 살아온 민족이다. 언어와 관습이 갈래마다 다르고, 흰 카렌(스고), 붉은 카렌(카렌니), 검은 카렌(포) 같은 이름으로 나뉘어 불린다. 한국에서는 단체 패키지여행으로 만날수 있는 목에 링을 감은 '롱넥' 소수민족의 이미지로만 알려져 있지만, 그건 여러 갈래 중 하나(파다웅)일 뿐이다. 심지어 가이드가 부르는 이름과 서로 소개하는 이름도 서로 제각각이다. 짧게나마 그들이 추정하거나 가늠할뿐이다.
이들이 태국 북부로 넘어온 흐름은 수십 년 이어진 미얀마 중앙정부와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국경은 지도 위에 그려진 선일 뿐, 실제로는 사람과 물건이 계속 오가는 느슨한 지대다. 그 대가로 많은 카렌이 태국에서 등록되지 않은 신분으로 살아간다. 토착 문화로서의 인정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문제는 지금이다. 미얀마 내부의 무장 갈등이 길어지면서, 국경으로 물건을 내보내는 육로가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검문과 통행료, 우회로, 화물이 중간에서 사라지는 일까지. 상인들의 설명은 간결했다. 넉 달 걸릴 때도 있고, 아예 오지 않을 때도 있다고. 그래서 이런 장터에 나온 원단은 '재고'가 아니라 '도착한 것'에 가깝다.
가이드가 덧붙였다. 이 사람들에게 직조와 자수는 취미도 전통 보존 사업도 아니다. 생계를 유지할 현금이 들어오는 몇 안 되는 경로다. 숲을 함께 관리하며 살아온 공동체가 국립공원 지정으로 땅에 대한 권리를 잃은 뒤, 손에 남은 기술이 그것이었다.
바늘이 말하는 것
자수를 펼쳐 놓으면 그림책 같다. 산을 넘는 사람들, 등에 짐을 진 짐승, 나무와 새, 이름을 알 수 없는 토템. 나가족의 자수 담요는 특히 서사가 촘촘해서 현지에서도 '스토리 퀼트'라고 부른다. 상인이 종이 한 장을 꺼내 어떤 문양이 무엇을 뜻하는지 짚어줬다. 대부분은 그들의 일상—사냥, 이동, 가축, 마을—이었다.
색도 원래는 몇 가지뿐이었다. 붉은색, 검은색, 흰색. 흰색은 결혼하지 않은 여성의 색이었다. 요즘은 화학염료가 흔해져 팔레트가 훨씬 넓어졌지만, 우리가 고른 것은 오히려 색이 적은 쪽이었다. 두꺼운 실, 절제된 색, 굵은 땀. 어떤 텍스타일 전문가들은 카렌의 직물을 '정교하지 않다'고 평한다. 실이 두껍고 문양이 촘촘하지 않다는 이유다. 하지만 그 거친 성질이 지금의 감각에는 오히려 그 "날"적인 느낌이 더욱 와닿았다. 시내에서 카렌 튜닉이나 크로스 백등을 입고 다니는 젊은 태국인, 미얀마인들을 보면, 이 미감이 우연히 시대와 맞아떨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한 장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물었다. 원단을 짜고, 그 위에 손으로 수를 놓는 데 몇 달. 그래서 담요마다 문양의 배치가 다르고, 실의 색이 미묘하게 어긋나 있고, 어떤 것에는 도안을 그렸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처음엔 흠으로 보였던 그 자국들이, 장터를 나올 때는 다른 것으로 보였다. 산속에서 만들어져 트럭과 배와 사람의 등을 거쳐 여기까지 온 물건의 이력서 같은 것.
embroidery blanket
햄프(마) 원단 위에 손으로 수를 놓은 자수 블랭킷. 90 × 170cm, 약 1,000g. 소파 커버로, 담요로, 테이블 러너로, 혹은 벽에 걸어 태피스트리로 쓰실 수 있습니다.
수공예 제품이라 한 장 한 장 자수 패턴과 실 색상이 다릅니다. 짜임과 색의 미세한 불균일, 도안의 밑그림 흔적, 사용감처럼 보이는 자잘한 표시는 결함이 아니라 이 물건이 만들어진 방식과 여기까지 온 경로의 증거입니다. 주문 전 이 점을 참조해 주세요.
관리: 손세탁 및 자연건조 권장, 표백제 사용 금지.
검정·파랑·빨강은 이미 품절되었고, 이번에 도착한 베이지가 남아 있습니다. 다음 입고 시점은 저희도 약속드리기 어렵습니다. 국경 저편의 사정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가이드에게, 이걸 사는 게 그들에게 도움이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잠깐 생각하다가 이렇게 답했다. 짠 사람에게 다음 실을 살 돈이 생기면, 그건 도움이라고.
담요 한 장에 그 정도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